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에 자리한 아카마 신궁은 겐페이 갓센(源平合戦) 최후의 무대였던 단노우라 전투에서 불과 8세의 나이로 투신한 안토쿠 천황을 모시는 유서 깊은 신사입니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원래는 조간 원년(859년)에 아미다지(阿彌陀寺)로 창건되었습니다. 메이지 시대의 신불 분리령에 따라 신사가 되었고, 쇼와 15년(1940년)에 아카마 신궁으로 개칭되었습니다.
가장 큰 매력은 용궁성을 본떠 만들었다는 선명한 주홍색의 '스이텐몬(水天門)'입니다. 간몬 해협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당당하게 솟아 있는 그 모습은 시모노세키의 상징으로 너무나 유명하여,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되는 절경입니다. 밤에는 라이트업되어 낮과는 또 다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경내에는 안토쿠 천황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안토쿠 천황 아미다지 미사사기'와 헤이케 일족의 공양탑인 '나나모리즈카(七盛塚)'가 나란히 있어 단노우라의 비극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나모리즈카'는 단노우라 전투 후에 다발한 해난 사고를 헤이케의 원령의 소행으로 여겨 공양을 위해 세워졌다고 하며, 그 역사적 배경에 깊은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아카마 신궁의 전신인 아미다지는 고이즈미 야쿠모의 괴담 '귀 없는 호이치(耳なし芳一)'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경내에는 비파를 연주하는 호이치의 동상이 서 있는 '호이치도(芳一堂)'가 있어, 마치 지금도 헤이케의 망령에게 비파를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보물전에는 겐페이 갓센에 관한 귀중한 자료와 중요문화재가 전시되어 있어, 역사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곳입니다.
매년 5월 3일에는 안토쿠 천황을 기리는 '센테이사이(先帝祭)'가 개최되며, 다유(太夫)가 호화찬란한 의상을 입고 독특한 '소토하치몬지(外八文字)' 걸음으로 걷는 '조로 산파이(上臈参拝)'는 압권입니다.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어린 천황의 진혼을 위한 마음이 담긴, 아름답고도 엄숙한 신사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의 아내, 니이노아마(二位尼)가 안토쿠 천황을 안고 투신할 때 읊었다는 '바닷속에도 수도는 있습니다'라는 노래. 이 지역의 역사를 깊이 알면 알수록, 아카마 신궁의 신비로운 매력에 더욱 매료될 것입니다. 간몬 해협의 바닷바람을 느끼며 역사의 낭만에 잠기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